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한창 더운 날씨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던 풀때기들이
여지없이 베어져 나가고 있었다.
풀때기에 관심 두고 늘 지나오던 그 길에 타래난도 메꽃도 애기똥풀도 있었지만
제초기 칼날에 베어지면 나오는 짙은 풀냄새가 역하기까지 했지만
사람들 통행에 불편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가장자리라 살았구나. 했던 메꽃도 뿌리가 나갔는지 말라버렸지만~
돌 벽에 올곧이 서있는 녀석을 보니 곧 다시금 볼 수 있으리라 위안을 삼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