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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出

지리산 하동 어머니



끼옹을 그렇게 보내고


뭔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깨달음에

나의 마음은 침적해지고 말았다.

뭍으로 걸어 나오는 중에 나는 어머니 한 분을 보았다.




뭍 바로 앞에 앉아서 재첩을 캐고 있는 어머니에게 여쭈었다.

"어찌 강으로 나가시지 않고 이렇게 뭍 가까이에서 이러고 계신지요?"

어머니는 멀리 강에서 재첩을 캐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세월이 가득 담긴 웃음을 보여 주셨다.




한참을 바라보는 나에게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왜 강에 들어가지 않느냐 하셨소?

무릇 젊은이 나이에는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고

일주일이 너무 너무 빨리 지나가는것 같을거요.

내말이 맞소?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욕심까지 챙기려니

그 욕심도 두 배 세 배가 되려고 하니

어찌 마음이라고 더 조급해지고 바빠지지 아니 하겠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는 것도 욕심이지만서도,

무언가 대가를 지불하고 그 대가에 걸맞는 행위를 찾는 것 또한 욕심이라고 합디다.

어느정도 알맞는 욕심은 우리를 채찍질하고

보다 높은 목표를 위해 정진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지만서도,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고 좌절과 허탈감을 안겨준다고 우리 어메가 늘 징허게 말씀 하셨소.

하니 내 이제 팔순 나이가 넘었는데 어찌 강에 흐름을 이겨내겠소?

자들은 아직 젊으니 강에 맞서고 흐름을 피하기도 하지만 서도

나는 내 자리가 따로 있는 것이제.

그랑께 나는 요 재첩가꾸도 묵고 살제.

무슨 말인가 알겠는가?

그럼 가는 길 싸게 가보시게"




어머니는 다시 호미들 잡고

어머니 자리에서 재첩을 캐고 계셨다.




뭍으로 나오는 길 언저리에

벗어 놓으신 어머니 하얀 고무신이

마치 잘가라는 듯 나를 배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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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에 관한 글이 문득 쓰고 싶어서 끄적 거렸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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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독한 태도 버리지 않고
욕심을 따라 뒤쫓아 다니면서
스스로 자기를 다스리지 못하면
그는 법의(法依)에 알맞지 않다.
<法句經 -雙要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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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여름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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