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허탕을 치고 돌아간 기억이 내내 맘에 걸렸는데~
http://yeoul012.tistory.com/429
서울사람 구경 시켜준다는 핑계로~
아침에 태종대 갔다가 남포동서 쉬는 애들을
영도로 다시 살살 “제주 할망 고동을 사주마.” 하고 꼬신다.
아~ 좋다.
계단을 신나게 내려와서는
우리 할망 앞에 쪼글치고 앉아서는
“성게 있쑤과. 이건 얼마우꽈. 고동은 좋쑤까.” 하며 할망이랑 놀고는
“오늘은 몽생이 닮은 서울 바바리 데리고 왔으니 고동 많이 주서게.” 하고는
돗자리 들고 파도가 코앞에 치는 명당자리에 앉는다.
영등철로 들어가는 시기라
해삼도 없고 군수도 안 보이고 굴도 없다.
성게로 먼저 한 상 차려 달라하고 시원하게 한 잔.
성게가 입에서 녹는다. 모짜렐라고 까망베르고 너거는 저리가라다.
영도 제주 할망 성게가 부산에서 최고다.
옆 자리에 할배들 잡수는 저건 톳 아인가 싶어서
나도 달라고 때를 쓰니
할망이 톳이 아이고 이건 서실이라고 옆에 할망에게 얻어다 주신다.
서울 비바리야 그렇다고 해도 부산 오라방도 맛만 보기에 좋다고 혼자 먹는다.
하긴 이제야 얘기지만 나도 서실은 처음 먹었는데 맛나고 좋던데~
촌女(여)촌男(남) 너희 둘이 잘 묵고 잘 살아라.
드디어 고동이 오고 맵고동과 참고동을 가르치고 따개비도 알려주고
술잔을 바삐 주고받으니 이미 해가 넘어가고
할망은 아무 걱정도 없이 집으로 가시고
남은 우리는 남항대교를 바라보며 마지막 술잔까지 비우고는~
가지런히 치워놓고 자리를 다시 남포동으로 날랐다.
2010.11.영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