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동 이야기에 아는 옹 한 분이
김말이 있는 서울떡볶이가 최고라는 덧글에
김말이 100개를 줘도 부산오뎅이랑 안 바꾼다고 쓰고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옹 이야기도 맞는 듯
나이가 차다보면 음식을 꼭 맛으로 찾아다니진 않는다는 게
왠지 이해가 가기 시작하는 거 보면 나도 이제 옹인가?
한 그릇 1.000원 이었던 비빔당면도 3,500원.
비빔당면 치고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아직도 찾아오고 있고
나도 찾아오고 있으니 저마다의 기억을 찾아오는 건 아닌지
예전에는 둘이서 와도 항상 한 그릇 시켜 놓고는
와라바시 하나를 툭 때서는 쓰윽 비벼서는 그릇을 건네고
“짭다! 물 캔다. 오뎅 국물이랑 같이 무라!" 해놓고는
뒤에서 가만히 서서 먹는 모습만 지켜보면 한참을 먹다
그제야 생각이 났는지 “오빠야는 안 묵나?" 하는 얼굴을 살 째려봐주면서
“가시나. 다 무 놓고 인자 그소리가? 마자 묵어라. 인자 오뎅 사주께.”
“진짜. 그라면 이거 오빠야 묵어라. 나는 오뎅 물란다.”
피식 나오는 웃음을 삼키고 남은 당면을 후루룩 삼키고는
바로 밑에 오뎅집으로 내려가서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오빠야! 어느 거 무꼬? 뭐가 맛있노?”
조용히 빨간색 국물꼬푸에 국물을 따라주고는
“아무꺼나 무라. 이거나 무라.” 맘에도 없는 말을 하며 집어준
그 오뎅이 네가 좋아하는 땡초오뎅이었던 사실을 지금은 아는지?
글 끄적이다 오뎅국물에 소주생각이 나버린...
오랫만에 자폭을ㅋㅋㅋㅋ
"가시나야! 내 밉다고 근마한테 갔으니, 행복하게 잘 살아라!"
2010.10 남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