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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想/일상 日

▶◀ 빨간 명찰 하나가 떨어졌다고 한다.




빨간 명찰 하나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후배님 하나가

그 뜨거운 청춘 피우지도 못하고 졌다고 한다.




신검을 받고 해병 지원서를 쓰고

입대날짜 받아두고는

나는 그래도 지원 입대라면 어깨에 힘을 줘 봐도

조금씩 초조해지는 그 하루하루를

나는 조금은 알 것 같은데...




훈련소에서 사격장 가서 K-2 소리에 놀라는 모습도

막타워에서 뛰어내리며 부르는 이름의 소중함도

화생방에서 나오면 들이붓는 수통의 시원함도

포항이나 김포가 아니 연평도로 자대배치 받는 모습도

천자봉에 올라 동기들과 사진 찍은 모습도

수료식에 빨간명찰 받으면서 짠해졌을 모습도

나는 조금은 알 것 같은데...




그런 후배님 하나가

빨간 명찰위에 더 새빨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고 한다.




몇 년이 지나 추억록을 보면 웃음을 띠는 모습도

예비군 훈련장에 가면서 어깨에 좀 더 힘을 줄 것 같은

후배님 모습을 생각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데...




부디 피지도 못하고 져버린 후배님 죽음을

개죽음이라고 폄하 하지도 말고

높은 양반들 그 잘난 당리당략에 이용하지도 말고

흘러내린 그 붉은 핏물 자리에 아무것도 세우지 말고

내 다른 후배님들 입에서 입으로 구슬픈 이야기로

오래오래 그 이름 전해지게 그냥 놓아두라는...




계급도 이름도 모르지만 잘 복무하고 제대해서

술자리에서 이빨도 까고 가끔 엘범도 뒤적거리며

다시는 가고 싶지는 않아도 추억은 많은 그 시절을 회상했을

후배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저도 책장 한편에 추억록 꺼내서 뒤적이다 몇 글자 끄적여 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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