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풀때기/11월

담쟁이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나아간다


한 뻠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2010.11 모라











'풀때기 > 11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바라기  (0) 2011.12.15
11월 장미  (0) 2011.11.25
가을길  (0) 2010.12.06
오매, 단풍들것네.  (0) 2010.12.06
토끼풀  (0) 2010.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