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詩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2013.09.29
'풀때기 > 9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쇼윈도우에서~ (0) | 2013.10.08 |
---|---|
비 오는 날 (0) | 2013.10.07 |
하늘에서 은행이 내려요. (0) | 2013.10.06 |
단감일까요? 땡감일까요? (0) | 2013.10.06 |
일일초 (0) | 2013.09.30 |